청년부

19-06-09 17:44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씨돌·요한·용현…'SBS 스페셜' 그의 30년 삶을 찾다

장곡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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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정상호 기자] 이것은 역사 속 위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주인공이 나쁜 악당을 물리치고 영웅이 되는 이야기도 아니다. 가장 빛나는 별만을 주목하는 세상 속에서 단 한 번도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살았던 사람이 있다.

오랜 시간 변함없이 낮은 곳을 향했던 그, 대한민국 어디에나 있었던 그의 인생 궤적을 따라가 본다. 불의를 참지 않는 뜨거운 가슴을 가진 사람. 모두가 받으려고 할 때, 주는 사랑을 하는 사람. 오래토록 기억되길 바라는 세상에서 잊히는 걸 겁내지 않는 사람. 그의 이름은 '씨돌'이고 '요한'이고 '용현'이다.

'SBS 스페셜'은 '요한, 씨돌, 용현'이라는 세 개의 삶이 30년 동안 간직해온 거대한 비밀을 2부에 걸쳐 들여다본다. 배우 류수영, 박하선 부부가 내레이션으로 참여한다. 9일 방송되는 'SBS스페셜'에서는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요한, 씨돌, 용현' 1부와 만난다.

'SBS 스페셜' 씨돌 [SBS]

◆ 씨돌, 7년 전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자연인

"그 아저씨는 개구리, 도롱뇽, 새, 뱀, 모든 것이 다 친구여." 정선 봉화치 마을 주민 배옥희 씨의 말이다.

정선 봉화치 마을 주민 송재갑 씨는 "겨울에 눈이 오면, 고라니가 지나가잖아요? 누가 고라니 따라가 잡을까 봐 발자국을 다 지운 사람이에요"라고 회상한다.

누군가는 괴짜라고 했고, 또 누군가는 산신령이라고 했다. 하늘과 한 걸음 더 가까운 해발 800미터, 정선 봉화치 마을에는 '씨돌'이 산다.

씨돌이 사는 방식은 우리네 일반적인 삶과는 많이 다르다. 첫 번째는 농사법인데, 밭에 씨를 뿌린 뒤 잡초도 제거하고 약도 뿌리는 것과는 달리, 씨를 뿌리고 수확할 때까지 알아서 자라도록 놔둔다. 때문에 그의 텃밭은 풀이 무성하고 각종 벌레들과 심지어 뱀도 산다. 두 번째는 차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인데, 정선 읍내에 나갈라치면 차를 이용하지 않고 편도 세 시간동안 두 발로 걸어서 간다.

그가 이처럼 불편하고 느리게 살아가는 이유는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봉화치의 자연을 사랑하는 씨돌은 봄에는 도롱뇽을 살리기 위해 이웃농민들이 밭에 제초제를 치는 것을 온몸으로 막아서고, 겨울에는 사냥꾼들이 고라니를 잡는 것을 막기 위해 눈밭 위에 찍힌 고라니의 발자국을 지우고 다닌다. 그의 자연 사랑이 유별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런 씨돌을 있는 그대로 좋아하고 사랑한다.

특히 씨돌의 윗집에 사는 옥희 할머니는 그를 살뜰히 챙긴다. 봄이 되면 봉화치에서 나는 자연 재료들을 이용해 맛깔스런 음식들을 만들어 씨돌과 함께 나눈다. 그러면 씨돌은 혼자서 농사를 짓는 옥희 할머니를 위해 기꺼이 일손을 거들고, 이따금씩 풀꽃들을 따다 옥희 할머니께 선물하기도 한다. 매일 같이 아웅다웅 하면서도 서로를 걱정하는 봉화치의 절친인 씨돌과 옥희 할머니. 그런데 봉화치의 소박한 일상은 몇 년 전부터 불가능해졌다. 씨돌이 봉화치를 떠난 것이다.

어디로 가는지, 언제 다시 돌아오는지 아무런 말도 없이 떠난 씨돌. 옥희 할머니와 봉화치 주민들은 지금도 그를 기다리고 있다.

'SBS 스페셜' 요한 [SBS]

◆ 요한, 담을 넘어 온 청년

"투쟁 현장에서 제일 앞에서 우리를 인도한 사람이에요." 故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씨의 기억속 요한의 모습이다.

13대 국회의원 이철용 씨는 "1987년 대통령 선거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었고"라면서 그를 추억한다.

매일 쓰는 안경도, 외출할 때마다 길동무가 돼주는 지팡이도 깜빡할 정도로 기억력이 많이 떨어진 여든 여섯 살의 분이 할머니는 30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고 오히려 더욱 또렷해지는 얼굴이 있다고 했다. 그의 이름은 '요한'이다.

1987년 12월, 분이 할머니는 상병으로 복무 중이던 막내아들 연관을 잃었다. 군에서는 훈련을 받던 중 연관이 갑자기 쓰러져 깨어나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연관의 사망에 대해 미심쩍은 게 많았지만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가족들 앞에 어느 날 요한이 찾아왔다. 보안부대의 감시를 피해 담장을 뛰어넘어 집 안으로 몸을 숨긴 이 청년. 그의 말은 더욱 놀라웠다. 연관이 사망한 진짜 이유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1987년 6월, 전국에서 들불처럼 일어난 민주항쟁으로 전두환 군사정권이 백기를 들고 물러나면서, 시민들은 16년 만에 내 손으로 대통령을 뽑게 된다. 군에서는 처음으로 부재자투표를 실시하게 되는데, 요한은 이 부재자투표 때문에 연관이 사망한 것이라고 말했다. 투표를 앞두고 군 상부에서 여당 후보를 찍으라고 지시 했는데 연관이 이를 어기고 야당 후보에게 표를 행사했다가 구타를 당해 숨졌다는 것이다.

분이 할머니와 가족들은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아들 연관의 억울한 죽음을 알렸다. 돈이나 대가를 바라지 않고 아들 연관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써준 요한. 그 덕분에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연관이 군에서 야권 후보에 투표했다가 선임들에게 폭행당해 숨졌다고 인정했다.

그리고 요한은 의문사가 인정되자마자 분이 할머니에게 짧은 인사만 남기고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요한의 정체는 무엇이며, 왜 그토록 열심히 뛰어다니며 도와준 걸까. 그리고 갑자기 사라진 이유는 뭘까.

'SBS스페셜'은 매주 일요일 밤 11시 5분에 방송된다.

정상호기자 uma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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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bers of the ancient Samaritan community pray during the holiday of Shavuot on Mount Gerizim near the West Bank town of Nablus, Sunday, June 9, 2019. Samaritans descended from the ancient Israelite tribes of Menashe and Efraim but broke away from mainstream Judaism 2,800 years ago. Today, the remaining 700 Samaritans live in the Palestinian city of Nablus in the West Bank and the Israeli seaside town of Holon, south of Tel Aviv. (AP Photo/Majdi Mohamm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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